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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원으로 서울에 집을 산다고? (5) 안도

내 집이 있다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집은 늘 엄마, 아빠꺼였는데. 내 집이라곤 하지만 아직도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기분이었다. 왜 그럴까. 가진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인터넷에서 실거주 1채는 진리라는 말을 많이 보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처음에 집을 샀다고 뭐라하시던 부모님도 직접 와보시고는 이만 하면 나쁘지 않다. 잘했다 라고 해주셨다. 한 달에 보금자리론 이자는 초반에는 62~3만원부터 시작했다. 판교 아파트 월세만 30에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30이었는데 이런걸 생각하면 산게 훨씬 낫지 않은가 ㅎㅎ
내가 19년에 집을 산 뒤로 20년, 21년 미친 듯한 부동산 랠리가 계속 되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FOMO가 심하게 왔던 시기인 것 같다. 우리집은 나홀로 아파트라 상승분이 크지 않았다. 어차피 거래도 많이 되지 않고. 그러나 이렇게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무언가 한 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었다.
비싼 30억 짜리 아파트가 10프로 내리면 3억 손해지만, 싼 4.5억 아파트가 10프로 내리면 4500 이다 ㅎㅎ 하락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해도 크게 두렵지 않았다. 물론 오를때도 이런 현상들은 마찬가지기에, 내가 사려고 했던 아파트들이 날개를 단 듯 억단위로 상승하는 것을 보니 많이 배가 아팠다 ㅜㅜ 우리집도 조금 오르긴 했다며 작은 위안을 했다. 집은 살때 최대한 비싼 걸 사라는게 맞는 말 같다.
역에서 멀지만 마을버스 타지 않고 도보로 이용 가능해서 너무 좋았다. 판교 출퇴근하다가 서울 출퇴근하니 삶의 만족도도 올라갔다. 1시간 30분을 길거리에서 버리다가 출퇴근이 40분컷으로 줄어드니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온전히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을 싫어하는데 운동할 기력도 났다.
열심히 빚도 갚고 저축해서 리모델링을 할 돈을 모아보리라 결심하고 있었는데, 1시간 20분 거리의 직장으로 발령이 나버렸다.. 실화냐.. 내가 무엇때문에 서울로 이사 왔는데 ㅜㅜ 1년 동안 택시로 출퇴근을 연명하고, 1년은 근무시간을 조절을 해보았으나 답이 없어서 결국 우리집을 세 놓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