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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풀배터리검사 후기

소요시간: 약 3시간(본인이 진행하는 속도에 따라)
비용: 30만원 정도(병원마다 비용이 다르며 대학병원은 더 비싸다고 한다.)
검사결과 확인: 1주일 이상, 종이로 받을 수 있음.
한 줄 요약: 비용은 좀 들지만 한 번 쯤은 검사 받아볼 만 하다.
서비스업 종사자로 직장내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정신과를 방문하였다. 정신과 예약부터 난관이 심하였다. 전화를 5군데 돌리고서야 간신히 집 근처에 정신과에 방문할 수 있었다. 직장 근처의 정신과의 경우 대기가 1달 이상이었거나 소아청소년만 받아주었다. 정신과를 가고 싶다면 꼭 전화를 여러군데 돌려서 미리 예약하고 가길 권장한다.
당장 검사는 어렵다. 의사선생님과 상담후 의뢰를 해주시면 임상심리사분과 1:1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검사 예약- 검사- 결과 확인까지 총 2주정도 소요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진행된 편이라고 한다. 휴직을 위해 진단서가 빠른 시일내에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진행을 빠르게 도와주셨다.
검사를 무척 많이 했다. 대충 기억나는 종류로는 지각 및 기억력 검사, 성인용 웩슬러 지능검사, 그림 그리기 검사(나무, 집, 사람 그리기, 가족 그리기), 로샤 검사, MMPI, 신경 인지 검사등을 진행했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검사들을 직접해보니 신기햇다.
퍼즐도 맞추고, 상식도 묻고, 손가락 동작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아주 힘들었다. 수학문제도 풀어야 했는데 숫자 앞에서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검사를 하다가 힘들면 쉴수도 있는데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냥 진행했다. 생각하기 싫은 문제들은 그냥 안풀고 넘어가겠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까지 검사 결과지에 그대로 써 있었다.
제일 신기했던 검사는 로샤 검사였다. 옛날에 배트맨 영화에서 잉크 크림을 보고 무엇이 보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그 잉크 그림이 그대로 나왔다. 너무 헛소리를 많이해서 정신분열증으로 진단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정상범위였나보다.
지능검사의 경우 너무 집중이 안돼서 풀기 힘들어서 결과가 바보로 나오는 게 아닌가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지막으로 한 지능 검사와 결과가 비슷하게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ADHD 증상이 있는 사람과 비슷한 그래프가 나왔다는 것이다. 내가 ADHD라니 이럴 수가. 생각해보면 어릴때 책가방 집에 두고 학교 가고 그랬다.
둔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지를 보면 오히려 외부 자극에 매우 예민한 편으로 나왔다. 자극을 잘 인식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냥 회피해버리는 것이다. 난 이게 둔한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외부 자극이나 감정을 제대로 인지, 처리하지 못해서 외면해 버린다는 것에 좀 충격을 받았다. 원래도 좀 회피 성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지에 나오니 신기했다. 또, 스스로에게 인정욕구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 인정욕구가 있는 것으로 나와 놀랐다. 아마 인정받고 싶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올까봐 그 마음을 숨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검사결과 우울증과 적응장애가 나왔다. ADHD 성향으로 인해 우울증으로 온건지, 우울증으로 인해 ADHD가 온 것인지 전후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일단 우울증을 먼저 치료해보자고 의사선생님과 치료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어릴 때부터 좀 저런 성향이 있었던것 같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금액도 비싼 편이지만,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검사였던 것 같다. 한국의 정서상 정신과를 가는 것이 좀 꺼려지겠지만, 실제로 가보면 사람도 매우 많고 심지어 예약조차 어렵다.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마음에 힘든 부분이 있고 스스로 잘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정신과에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