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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원으로 서울에 집을 산다고? (2) 임장

오피스텔
나는 별로 결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파트를 살 생각이 없었다. 빌라는 관리인이 없기 때문에 골치 아플 것 같아서 오피스텔을 먼저 생각했다. 모은 돈이 없었기도 했고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역세권의 투룸 정도의 오피스텔을 사고 싶어서 오피스텔을 임장 다녔다.
그 중에 아 여기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 오피스텔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삼각지의 용산 파크자이 오피스텔이었다. 연식은 좀 되었지만 세대수가 많고 바로 역에 붙어있으며 당시 31층의 매물이 나와있었는데 뷰가 아주 끝내줬다. 단점은 철길 소리가 약하게 들린다는 거였는데 그게 단점으로도 보이지 않을만큼 좋았다. 집주인이 외국에 나가있어 직접 계약서에 도장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계약을 포기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신당역에 두산 위브 더 제니스오피스텔인데 여기도 세대수가 많고 지하철 역에 바로 붙어있다. 이 오피스텔은 (19년 기준) 비교적 신축에 큰 평수가 있었다. 이것도 거의 도장찍기 일부 직전이었는데 사업자 승계를 요구해서 접게 된다.
이렇게 오피스텔을 보다가 주변에서 오피스텔은 사는게 아니라고 말려서 생각을 바꿔보기로 한다. 서울 주요 역세권 오피스텔 3~4군데의 10년간 가격 상승을 비교해보았는데, 아파트에 비해 상승률이 적은걸 보고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로 가는 쪽을 생각하게 된다.
주상복합
주상복합은 밑에 상가가 있다. 오피스텔처럼 전용면적이 좀 작게 나오고 관리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당시 주상복합의 가격 상승이 아파트처럼 크게 나오지 않아서 가성비가 괜찮다고 판단했다.
1호선 제기역 앞의 롯데 캐슬 피렌체, 2호선 구의역 앞의 현대 하이엘, 청계천 근처의 황학동 롯데 캐슬 베네치아를 고려해 보았는데 롯데캐슬 피렌체는 일단 제기역 근처의 풍경이 너무 살벌했다..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작은 소형평수가 있어서 좋았지만 역 풍경 보고 접었다. 현대 하이엘은 기다리던 소형평수가 내 예상보다 비싸게 나와서 접었으며, 황학동 롯데캐슬 베네치아는 원래도 비싸서 급매 아니면 살 수 없었는데 당시 급매로 나온 매물이 하루만에 사라지면서.. 빠른 포기를 하게 된다. 롯데 캐슬 베네치아가 좀 아깝다 ㅋㅋ
아파트
결국 아파트를 보게 된다. 엑셀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원리금의 수준을 계산해보니 내가 살 수 있는 집의 최대 가격은 6억이었다. 6억 이내의 서울 아파트들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는데 너무 슬펐다. 이 돈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지은지 20년을 넘는 아파트거나 복도식이거나 서울이지만 환승 2번해서 출근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때 보러 다닌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단지명을 못쓰겠다 ㅋㅋ 이때는 심지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기도도 보러다녔다. 구리, 다산..
사개월에 걸쳐서 계속 집만 보러다녔더니 집값은 2019년 하반기에 훅 뛰고, 내가 이런 집은 절대 안나간다며 비웃었던 집마저 계약이 되는 걸 보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사실 집 보러가는데 계약됐다고 연락오거나 가격을 올렸다고 연락오는 경우를 세네번 당했다. 더욱 조급해진 나는 남들이 말리는 나홀로 아파트를 매수하게 된다.
나홀로 아파트는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기가 없고 저렴하다. 관리비도 비싸고.. 그렇지만 계단식에 비교적 신축에 10년이내에 어쨌든 지하주차장 있고 방 3개라서 그냥 뭐에 씌인듯이 매수하게 된다. 집 계약할때 친구가 허벅지를 때리며 나를 말렸지만 이성을 잃고 바로 도장 찍는다 ㅋㅋ 투자자라면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이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임장할 매물 선정은 어떻게?
네이버나 호갱 노노 사이트에서 내가 원하는 아파트의 조건을 검색해서 볼 수 있다. 계단식/복도식, 연식, 가격, 매매-전세가 갭차이 등 다양한 필터를 걸 수 있다. 필터는 호갱노노 사이트가 더 많다. 이 필터를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집의 조건을 설정하여 네이버 매물을 관찰하였다. 집을 보러가기 전에는 반드시 부동산에 사전 연락을 하고 가야한다.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그 집을 볼 수가 없어 헛걸음할 수 있으니 꼭 미리 전화를 하고 가길 권한다.
임장을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이 점점 구체화 되었다. 처음에는 인서울의 오피스텔이어도 좋았고, 주상복합도 상관없었다. 집을 많이 보면 많이 볼 수록 내가 선호하는 집의 구조라던가 위치, 조건이 더욱 상세화됐고 매물 검색시 필터를 더 자세하게 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가 집을 살 돈이 한 푼도 없더라도 내가 살고 싶은 동네 아파트 단지라도 산책해 보길 바란다. 이 아파트는 주차가 여유있는지 놀이터는 좋은지, 단지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임장을 가보면 인터넷과 다른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