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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원으로 서울에 집을 산다고? (1) 결심

왜 집을 사야할까?
지옥고라는 말을 아는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이다. 쾌적한 주거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집들이다. 진학 문제로, 취직 문제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지옥고나 코딱지만한 좁은 원룸에서 서러운 서울살이를 한다. 서울에 집은 너무 비싸고 우리는 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을 사야할까?
첫째, 어차피 돈은 나간다.
집은 소비재가 아니다. 내가 절약하고 싶다고 해서 아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필수적으로 집에 관한 지출이 필요하다. 한 번 비교해보자. 당시 나는 보증금 1억 6천만원에 월세 40짜리 집에 살고 있었다. 내돈 6천에, 모은 돈이 적어 전세자금 대출을 3프로대에 1억을 받고 월세 40을 추가로 내는 구조였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 25만원, 월세 40만원을 합하면 65만원이다.
내가 집을 산 2019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2.43프로로 받았다. 총 3억을 빌렸다. 한달 이자만 60만원이 약간 넘는다. 물론 원리금을 갚는 구조이기 때문에 60보다는 더 낸다. 그렇지만 비슷하게 주거비를 지출하는데 하나는 집주인님께 드리는 돈이라 사라지는 돈이고, 하나는 내 집을 사기 위한 투자가 된다. 비슷한 지출이라면 내 집을 마련하는데 돈을 쓰는게 더 보람있지 않을까?
둘째, 주거 안정성이 필요하다.
전월세 계약시 만기때마다 걸려오는 집주인님의 전화가 두렵다.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까? 나가라고 할까? 계약 만기에 맞춰서 나가려고 하면 지출하게 되는 복비와 이사비용, 입주 청소 비용.. 거기에 새로운 집을 보기 위해 발품파는 나의 수고. 젊을 때 한 두 번이야 즐거운 경험이다 하고 이사를 준비할 수 있지만 이 생활이 40대 50대 60대의 나이까지 이어진다면 어떨까? 투자를 위한 상품이라기 보다는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집은 필요하다.
셋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10년 전 짜장면 한 그릇은 2500원 정도였다. 지금 짜장면의 값은 7000원 정도 한다(서울 우리동네 기준). 그만큼 10년 사이에 돈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10년전 강남 은마 아파트의 가격은 9억 내외였다. 지금 현재 가격은 21억 이다. (84m2 기준) 짜장면의 가격 상승과 비교해볼때 은마아파트가 많이 올랐다 해도 결국 해당기간의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올랐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중에 돈은 점점 많이 풀리고 현금의 값어치는 점점 낮아진다. 나는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생각으로 나는 집을 사기로 생각했다. 사실 2016년부터 집을 사고 싶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사지 못하고 뒤늦게 2019년부터 집을 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서울에 집을 사야할까?
나는 직장이 서울이었고, 당시 내가 거주하고 있던 집은 경기도였다. 경기도지만 살기 좋은 판교에 살고 있었고 집은 쾌적하고 아주 좋았다. 판교의 인프라는 서울 핵심 지역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판교-서울까지의 출퇴근이 아주 고역이었다. 빨간 광역버스는 늦게 나가면 자리가 없기 일쑤였다. 그냥 서서만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탑승하는 피크 타임에는 버스 앞 유리창에 매달리다 시피해서 출퇴근한 적도 있었다.
빨간 광역버스비는 당시 2450원, 환승비용 100원 더해 2550원. 매일 5100원을 지출했다. 주 5회 출근이므로 30일에서 주말8일빼면 22일, 한달에 대략 11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내가 서울에서 출퇴근 했다면? 5만5천원 딱 절반이다. 출퇴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교통비도 더 지출하고, 힘도 든다. 경기도에서 살아본 경험이 오히려 반드시 서울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일자리가 서울에 많고, 고령사회에 서울로 사람이 몰릴 수 있고.. 이런 이유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내 삶의 만족도만을 생각했다.
지금 집을 사야할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2019년에 대출을 잔뜩 끌어서 집을 산 나는, 지금 인터넷에서 조롱당하는 영끌족이다. 2016년에도 집을 사는 것을 말리던 엄마는 2019년에도 말렸다. 엄마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뉴스에서는 집은 지금이 고점이라고 사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나는 각오를 했다. 10년을 버티겠다고. 아무리 긴 하락장도 10년을 넘기지 않았다. imf도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도 결국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이전 고점을 회복했었다. 이러한 의사 결정의 바탕에는 2019년의 저금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금융위기가 와서 집값이 폭락한다 해도 그때는 고금리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차라리 저금리일때 사서 길게 버텨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2023년에는 쉽게 하기 힘든 결정일 것 같기도 하다.